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 것인가? (롬12:1-2)ㅣ성령은 우리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시는가?⑥
성령은 우리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시는가?⑥ -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 것인가?(롬12:1-2)
- 2026년 9월 20일 주일예배
2. 이러한 새로운 습관은 나 혼자만의 굳은 의지로 완성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속에서 듣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익히듯, 신앙의 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섬김과 위로를 몸에 익혀갑니다. 그런데 교회라는 세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세계입니다.
3. 어느 사회에나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당연함의 질서, 즉 '독사(doxa)'가 있습니다. 세상의 질서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나 혼자 다르게 사는 것은 모두가 앞을 보는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뒤돌아 서 있는 것처럼 몹시 어렵고 어색한 일입니다. 새로운 삶이 지속되려면 공동체 전체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는지가 새로워져야 합니다.
4. 바울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으라"고 말합니다(롬 12:2). 여기서 마음은 감정이 아니라 생각하고 판단하고 분별하는 능력, 곧 무엇이 당연한가에 대한 감각을 가리킵니다. 이 감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몸은 세상이 당연하게 여기는 쪽으로 되돌아가고 맙니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의지의 강도가 아니라 당연함의 질서이며, 달라진 당연함을 실제로 살아내는 공동체의 존재입니다. 교회가 세상과 다르지 않거나 세상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교회 안의 당연함이 세상과 같기 때문입니다.
5. 로마 사회에서도 귀족과 평민의 관계를 한 몸의 지체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유는 사회의 계급과 높낮이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사람의 지위와 계급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로마의 너무도 당연한 질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울은 같은 몸의 비유를 사용하면서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며, 서로는 서로의 지체입니다. 교회 안에서 역할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기준은 사회적 지위나 출생 신분, 재산이나 평판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입니다. 받은 은혜로 서로를 세워가는 것, 그것이 바울이 몸의 비유를 통해 그려내는 새로운 세계의 질서입니다
6. 로마는 명예를 두고 경쟁하는 사회였습니다. 명예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희소재였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바울은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라"고 말하고(10), "낮은 데 처하라"고 권합니다(16). 이것이 교회의 당연함인 까닭은 하나님께서 낮은 자에게 명예를 더하시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나를 찾아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당연함을 따라 살아갈 때 교회는 세상의 질서를 반복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삶을 보여주는 공동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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